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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世 삼장법사(三藏法師) 의선(義旋)과 목은(牧隱) 이색(李穡) 시(詩) 6

 

법호 : 순암(順菴) 당호 : 허정당(虛淨堂)이며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오대선사(玄悟大禪師), 자은군(慈恩君), 의선공(義璇公), 삼장공(三藏公),

조순암(趙順菴), 조의선(趙義旋), 삼장순암법사(三藏順奄法師), 선공(璇公)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고 칭송되었다.

 

삼장법사(三藏法師)는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에 통달한 승려를

높여 부르는 말로 경장은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불경, 율장은 불교 제자들의

법칙과 규율을 기록한 불경, 논장은 부처의 말씀을 적은 경장의 해설서로,

의선은 삼장에 통달하여 삼장법사 호칭으로 불리웠다.

한국불교사상에서는 의선이 유일하다.

 

정숙공(貞肅公)의 4남으로 15세에 출가하여 천태종의 고승이 되었다.

중국에서 불도와 유자 사이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며,

고려에서도 많은 불교 제자와 유자들을 문도로 두었다.

 

 

목은시고 제28권 / 시(詩)

 

나잔자(懶殘子)가 찾아 준 것을 감사하며 3수(三首)

 

이심전심 묘법을 담은 연화를 독송하시는 분 / 心傳妙法誦蓮花

바다 속의 모래알을 세려고 한 적이 있었던가 / 入海何曾更筭沙

산문의 영수로 독보의 경지 펼치고 계시나니 / 領袖山門方獨步

하늘 바람에 적성의 운무가 말끔히 걷히누나 / 天風吹動赤城霞

 

시와 술에 미친 이들이 모임을 결성하였는데 / 結社詩魔與酒顚

나잔자는 그때부터 빈털터리로 이름이 났지 / 懶殘當日號無錢

비처럼 구름처럼 모두 뿔뿔이 흩어진 지금 / 諸生雲雨皆離散

백발이 어찌 미소년 때보다 넉넉하다 하리 / 白髮寧饒美少年

 

닭 소리에 해님도 쫓겨 부상에서 얼른 나와 / 雞聲催日出扶桑

우리 집에 먼저 와서 환히 비춰 주려는 듯 / 似是先來照我堂

내 머리 눈처럼 흰 것도 이젠 한스럽지 않아 / 不恨吾頭已如雪

밝은 창가에 홀로 앉아 조용히 분향하였노라 / 明窓獨坐靜焚香

 

1) 이심전심…분 : 나잔자(懶殘子)가 법화경(法華經) 즉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하는 천태종(天台宗)의 판사(判事)로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석가모니(釋迦牟尼)가 영취산(靈鷲山)에서 연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였을 때 모두 침묵을 지켰으나 오직 가섭(迦葉)만이 미소를 짓자, 석가가 “나의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 실상무상(實相無相) 미묘법문(微妙法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을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부촉하노라.”

   라고 했다는 고사가 전하는데, 법화경은 다른 불경과는 달리 불타(佛陀)가 제법

   실상(諸法實相)의 도리를 직설적으로 설명한 경전이라고 일컬어진다.

   《聯燈會要 卷1》 《景德傳燈錄 卷1 摩訶迦葉付法條》

2) 바다 속의…있었던가 : 아무 유익함이 없이 괜히 수고만 하는 자질구레한 공부

   따위는 일체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3) 하늘…걷히누나 : 나잔자가 한번 설법을 하면 불가(佛家)의 심오한 경지가 남김없이

   드러나 밝혀진다는 말이다. 적성(赤城)은 도교(道敎)의 전설에 전하는 36동천(洞天)

   중의 하나이다.

4) 백발이…하리 : 나잔자는 늙어서도 돈 한 푼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뜻의 해학적인

   표현인데, 무소유(無所有) 정신으로 살아가는 승려로서의 생활 자세를 높이 평가하는

   은근한 정이 아울러 담겨 있다.

5) 닭 소리에…분향하였노라 : 나잔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날 아침 일찍부터 향을

   피우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렸다는 말이다.

주석 : 묘법(妙法)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다른 이름으로 법화경(法華經)이라하며

        천태종의 근본 경전이다. 나잔자(懶殘子)는 6世 삼장법사 의선의 제자이다.

 

 

목은시고 제28권 / 시(詩)

 

어제 한청성(韓淸城)이 음식을 풍성하게 마련해 와서 나를 불러내기에 함께

나잔자(懶殘子)를 찾아갔다. 거기에서 취토록 마신 뒤에 집에 돌아와서

아침까지 곯아떨어졌다가 시 한 수를 지어 읊다.

 

꿈결 속에 천태의 나잔자를 찾아가서 / 夢向天台訪懶殘

석양에 나는 새와 함께 단란한 때를 가졌다오 / 夕陽飛鳥共團圝

잠에서 깬 뒤에도 몸에 감도는 삽상한 기운 / 覺來身世猶蕭爽

향탁에선 몽개몽개 한 가닥 맑은 향연이라 / 一炷淸香起篆盤

나무 숲 옆의 구름장은 흡사 해질 녘 모습이요 / 雲傍樹林疑日暮

화류를 재촉하는 비에 추워진 봄이 겁나도다 / 雨催花柳怯春寒

풍광이 갈수록 바뀌면서 그지없이 유유한데 / 風光流轉悠悠甚

어느 때나 밤 깊도록 우화를 마주 대해 볼꼬 / 芋火何時坐夜闌

 

1) 어느 때나…대해 볼꼬 : 언제 다시 나잔자와 만나서 정겨운 시간을 가져 보겠느냐는

   말이다. 당나라 승려 명찬(明瓚)의 성격이 게으른 데다 남이 먹다 남긴 밥만 먹기

   때문에 나잔(懶殘)이라는 호를 얻게 되었는데, 이필(李泌)이 일찍이 그 절에서 독서를

   하다가 심야에 그를 찾아가자, 마침 쇠똥으로 불을 지펴 구워 먹고 있던 토란을나눠

   주면서 이필이 앞으로 재상이 될 것이라고 예언을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宋高僧傳 卷19》

주석 : 나잔자(懶殘子)는 6世 삼장법사 의선의 제자이다.

        한청성(韓淸城)은 청주한씨 한수(韓脩)로 봉호가 청성군(淸城君)이다.

 

 

목은시고 제28권 / 시(詩)

 

염대언(廉代言) 정수(廷秀) 을 축하하며

 

세 명의 아들 등과하여 일찍 명성을 날렸는데 / 三子登科早有名

어버이 사랑을 독차지한 건 바로 막내였더라오 / 愛鍾於季是萱庭

흰머리 날리는 양친 모두 건강하게 계신 이때 / 高堂鶴髮俱無恙

성대의 용후가 되었으니 세상에 드문 영광이라 / 盛代龍喉罕比榮

옥수와 같다고나 할까 맑고 깨끗한 그 풍채요 / 蕭洒風儀同玉樹

푸른 하늘과 가까워라 높고도 높은 금직일세 / 岧嶢禁直近靑冥

목옹이 얼마나 기쁜지 굳이 물어볼 것 있나 / 牧翁驚喜何須問

성군을 보좌하는 문생 눈으로 보고 있는걸 / 眼見門生佐聖明

 

1) 세 명의 아들 : 염제신(廉悌臣)의 아들인 염국보(廉國寶) 염흥방(廉興邦)

    염정수(廉廷秀)를 말하는데, 염정수는 그중 막내이다.

2) 용후(龍喉) : 용(龍)은 임금을 뜻하는 말로 임금을 보좌하는 후설지신

   (喉舌之臣), 즉 대언(代言)이 되었다는 말이다.

3) 푸른 하늘 : 제왕의 지위를 뜻하는 시어이다.

주석 : 정숙공의 외손자 염제신의 아들들과 목은 이색은 깊은 교류가

         있었다. 이색의 목은집에 염제신과 3명의 아들들과 교유한 더 많은

         시가 있으나 일부만 발취하여 기록하였다. 염제신의 넷째 사위는

         공민왕 왕기이며, 목은 이색은 염제신의 처조카 사위이다.

 

 

목은시고 제28권 / 시(詩)

 

며칠 전에 곡성부(曲城府)를 찾아가 뵈었을 때, 난(蘭)은 있었으나

매화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얻은 분매(盆梅)가 활짝 피었는데

감히 오셔서 감상하시라고는 못하겠기에 종학(種學)에게 특별히

명해서 갖다 바치도록 하면서 절구 세 수를 지어 올렸다.

이날은 바로 춘분(春分) 날이었다.

 

매화꽃 벙실벙실 산속의 정자를 비춰 주니 / 梅花粲粲照山亭

흡사 대유와 나부인 듯 눈 아래가 푸르러라 / 大庾羅浮眼底靑

황혼의 가지에 걸린 달을 유독 좋아하였는데 / 獨愛黃昏枝上月

남극의 노인성을 지금 또 만나게 되다니요 / 更逢南極老人星

 

매화가 피려고 설날 전부터 들썩거리더니 / 梅花意動臘前天

춘분이 되자 청수한 기운 온전히 피워냈네 / 開到春分秀氣全

하지만 두려워라 도리의 무리에 치일까 봐 / 却恐不如桃李輩

호기 부리고 부를 뽐내며 권세를 독점할 테니까 / 爭豪競富盡當權

 

이 매화 나하고 비슷한데 왜냐 하면요 / 梅花似我問何哉

한 점 티끌 없는 청고함 때문이 아니오라 / 不爲淸高絶點埃

그저 소년 때 세상 사람 놀라게 하였을 뿐 / 只取少年驚衆耳

품평을 하자면 실로 똑같이 범재이니까요 / 在於題品實凡才

 

1) 곡성부(曲城府) : 곡성부원군 염제신(廉悌臣)을 말한다.

2) 대유(大庾)와 나부(羅浮) : 대유령(大庾嶺)과 나부산(羅浮山)을 말한다. 당(唐)나라

   장구령(張九齡)이 대유령에 새 길을 뚫을 때 매화를 심어 매령(梅嶺)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일화가 독사방여기요(讀史方輿紀要) 강서(江西) 중험(重險)에 전하고,

   수나라 조사웅(趙師雄)이 나부산의 매화나무 아래에서 잠들었다가 매화 선녀를

   꿈에 보았다는 전설이 유종원(柳宗元)의 용성록(龍城錄)에 전한다.

3) 황혼의…달 : 참고로 송나라의 고사(高士) 임포(林逋)가 매화를 읊은 시 산원소매

   (山園小梅)에 “맑고 얕은 물에 성긴 그림자 가로 비끼고, 황혼 녘 달빛 속에 은은한

   향기 떠도누나. [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라는 명구(名句)가 나온다.

4) 남극의 노인성(老人星) : 수성(壽星)으로서 보통 노인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인데,

   염제신에게 보낸 시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5) 도리의 무리 : 복사꽃 오얏꽃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소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6) 그저…범재(凡才)이니까요 : 소년 시절에 원나라 제과(制科)에 급제해서 재주를 한번

   반짝 보인 목은 자신이나, 자연 속에서 피어나지 못하고 좁은 화분 속에서 키 작은

   매화로 피어난 이 매화나, 사실은 모두가 변변치 못하다는 뜻의 해학적인 표현이다.

주석 : 곡성부원군 염제신(廉悌臣)은 정숙공의 외손자이고,

        목은 이색은 염제신의 처조카 사위이다.

 

 

목은시고 제28권 / 시(詩)

 

곡성부원군(曲城府院君)이 화공(畫工)에게 명하여 원암연집도(元巖讌集圖)를

그리게 하였으니, 이는 현릉(玄陵)을 추모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고는 승지인

막내아들 정수(庭秀)를 시켜서 이 그림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보여 주며 그 뒤에

글을 써넣게 하였다. 내가 살펴보건대, 산야(山野)의 나무 숲이 야외의 막사에

어리어 비치는 광경이 완연히 눈에 들어 오는 가운데, 여러 원로들이 그 옆에서

연회를 베풀며 노니는 풍채가 그야말로 한 시대를 압도하면서 후세를 고무시키

기에 충분하였으므로 그 일을 곧장 써서 돌려주고는, 나 역시 감회를 가눌 수가

없기에 긴 노래를 지어 부르게 되었다.

 

현릉이 남으로 몽진했다 하늘 끝에서 돌아오며 / 玄陵南幸天涯廻

원암에 잠시 머물렀던 산의 형세 높기도 한데 / 元巖駐蹕山崔嵬

광활한 벌판에 나무 숲 그림자 어리비치고 / 樹林掩映原野闊

그 속에 티끌 하나 없이 야외 막사 우뚝해라 / 氈廬中峙無纖埃

당시 좌우에 있던 일곱 분 원로로 말하면 / 當時七老在左右

덕도 높고 재능도 뛰어난 출중한 어르신들 / 嵬然碩德兼雄才

사람들 모두 주석처럼 중하게 의지하였나니 / 群情倚重似柱石

단청에 찬연히 빛나는 국가의 동량이셨어라 / 丹靑煥赫梁棟材

송악을 향하는 기쁜 기색 흔연히 넘쳐흐르면서 / 欣欣喜色向松岳

이제는 능묘를 참배하며 먼지 떨고 물 뿌릴 때 / 汛掃陵廟眞時哉

풍악 울리는 술자리 얼마나 즐거우셨을까 / 樂矣飮酒聞絃歌

태평의 화기가 바야흐로 한데 모여들었어라 / 太平和氣方鼎來

회산이 맨 먼저 지은 시가 주옥처럼 떨어지자 / 檜山首題珠玉落

뒤이어 휘황한 시들 금쟁반 구슬이 쌓이는 듯 / 璀璨似向金盤堆

제공이 잇따라 화운한 시 모두 절창인 가운데 / 諸公賡和皆絶唱

익재의 노련한 붓이 삼태를 또 환히 비췄어라 / 益齋老筆輝三台

곡성의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의미심장한고 / 曲城用意何深長

운대처럼 그림으로 후세에 모범을 보였는걸 / 圖形垂範如雲臺

목은 소년은 당시의 풍류에 끼이지도 못했는데 / 牧童不在絲竹列

서문을 짓자니 와부로 괜히 시끄럽게 떠드는 듯 / 作序瓦缶鳴如雷

그림 뒤에 이름 넣는 걸 바란 게 또 아니거니 / 掛名圖後又非望

당대의 문장의 대가들은 시기하지 마시기를 / 當世大手休相猜

대신은 바로 한 나라의 원기가 되는 만큼 / 大臣於國是元氣

혈맥을 유통시켜 재앙의 싹을 없애야 할 터 / 流通血脈消禍胎

뒷사람들은 이것을 그림으로만 보지 말고 / 後人莫作繪事看

무너진 삼강 일으키는 절의를 유념할지어다 / 節義扶起三綱頹

더구나 자제의 입장에서 감히 자포자기해서야 / 況於子弟敢自棄

뜨락 속의 무성한 느티나무 돌아봐야 할지니 / 歸視鬱鬱庭中槐

 

1) 그 뒤에…하였다 :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목은문고 제9권 원암의 연회에서

   창화한 시의 서문 [元巖讌集唱和詩序]에 이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2) 단청(丹靑) : 공신(功臣)의 초상화를 뜻하는 말이다.

3) 회산(檜山) : 회산부원군(檜山府院君) 황석기(黃石奇)를 말한다.

4) 운대(雲臺) : 한명제(漢明帝)가 공신의 초상화를 그려서 걸어 놓은 누대의 이름이다.

5) 서문을…듯 : 훌륭한 사람도 많을 텐데 자격도 없는 목은 자신이 외람되게 서문을

   짓게 되었다는 뜻의 겸사이다. 초사(楚辭)에 나오는 굴원(屈原)의 복거(卜居)에

   “웅장한 소리를 내는 황종은 내팽개치고, 질그릇 두드리는 소리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黃鍾毁棄 瓦釜雷鳴]”는 표현이 보인다.

6) 뜨락…할지니 : 주나라 궁정에 삼공(三公)을 상징하는 느티나무 세 그루를 심어 놓은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부친처럼 자제들도 재상의 지위에 올라서 국가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 송(宋)나라 왕호(王祜)가 자기 집 뜨락에

   세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어 놓고는 “내 자손 중에 반드시 삼공이 되는 자가 있을

   것이다.[吾之後世 必有三公者]”라고 하였는데, 과연 그의 아들인 왕단(王旦)이

   명재상이 되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宋史 卷282 王旦列傳》

주석 : 곡성부원군은 정숙공의 외손자 염제신이다. 회산부원군(檜山府院君)

         황석기(黃石奇)는 7世 조덕유의 셋째 사위 회성부원군(檜城府院君) 황상(黃裳)

         부친이다. 정수(庭秀)은 대제학(大提學)을 역임한 염제신의 막내아들 염정수이다.

 

 

목은시고 제28권 / 시(詩)

 

내가 한유항(韓柳巷)과 함께 곡성(曲城)의 초청을 받고 찾아갔더니, 칠원(漆原)

시중(侍中), 길창군(吉昌君), 강평장(姜平章), 김원사(金院使) 광수(光秀) 와 정월성

(鄭月城) 휘(暉), 윤해평(尹海平) 지표(之彪), 이광양(李光陽) 무방(茂芳), 한정당

(韓政堂) 천(蕆), 이정당(李政堂) 인(韌) 이 모두 자리에 있었다. 진수성찬이

차려지고 풍악이 울리는 가운데, 곡성이 수정환(水精環)과 다합(茶合) 사대

(絲帶)를 나에게 주고 대모(玳瑁) 필초(筆鞘)를 한유항에게 주면서, “원암(元巖)

에서 모인 하나의 자리가 후세에 전해질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경들의 힘이다.

그래서 내가 감히 이것을 가지고 나의 성의를 표하려고 한다.” 하였다. 이에

나와 유항이 감히 사양하지 못한 채 절을 하고 받았는데,

그다음 날에 세 수의 시를 지어서 이 일을 기록하였다.

 

원암의 연회에 모인 일곱 원로 중에 / 七老元巖會

하늘이 남겨 두신 우리 두 분 시중 / 天留兩侍中

그림 속의 모습도 말씀을 나누실 듯한데 / 肖形如欲語

지금 또한 손을 잡고 매번 서로 만나시네 / 握手每相逢

임금님 연모하는 간절한 그 충성심과 / 戀主忠誠切

시대를 바로잡은 풍요로운 그 덕업을 / 匡時德業豐

졸문으로 어떻게 죄다 묘사했으랴만 / 拙文描不盡

빛나는 그 풍채는 끝없이 전해지시리라 / 風采耀無窮

 

수정 고리는 희고 깨끗하고 / 水精環皎潔

다합 사대는 칭칭 휘감기고 / 茶合帶縈廻

거북 등 필통의 은색 붓대라면 / 玳瑁藏銀筆

포돗빛 영롱한 옥술잔이라네 / 葡萄艷玉杯

함께 선물받은 우리 둘에다가 / 兩生同拜賜

모두 재주 겸비한 여러 손님들 / 衆客盡兼才

이런 모임 참으로 얻기 어려우니 / 此會眞難得

뒷날 누가 그림으로 전해 줬으면 / 丹靑望後來

 

슬슬 취하면서 미친 듯 이는 흥취 / 醉來狂興發

밤 깊도록 울리는 관현악 연주 소리 / 絃管夜深深

이 몸의 졸렬한 춤 다른 분이 웃든 말든 / 舞拙從他笑

나는야 시만 지어 매양 혼자서 읊는다오 / 詩成每自吟

비원까지 이어지는 맑은 바람결이요 / 淸風連鳳沼

우리 동방 가득 환히 비치는 달빛이라 / 明月滿鯷岑

태평 시대 기상을 알아보고 싶다면 / 欲識太平像

여기말고 어디에서 또다시 찾으리요 / 更於何處尋

 

1) 원암(元巖)의…시중(侍中) : 당시의 일곱 사람 중에서 곡성부원군(曲城府院君) 염제신

   (廉悌臣)과 칠원부원군(漆原府院君) 윤환(尹桓) 두 사람이 아직도 생존해 있다는

   말이다. 목은문고 제9권 원암의 연회에서 창화한 시의 서문(元巖讌集唱和詩序)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주석 : 곡성부원군 염제신은 정숙공의 외손자이다. 목은 이색은 염제신의 처조카 사위이다.

        윤해평(尹海平) 지표(之彪)는 해평윤씨 윤지표로 6世 조연수의 둘째 사위이다.

        이광양(李光陽) 무방(茂芳)은 광양이씨 이무방으로 8世 조준의 좌주이다.

 

 

목은시고 제28권 / 시(詩)

 

나잔자(懶殘子)를 찾아가서 그가 복리군(福利君)에 새로 봉해진

것을 축하하고는 실컷 먹고 취해서 돌아왔다.

 

나잔자는 진짜로 세상일엔 게을러도 / 懶殘眞懶者

시를 읊는 것은 우리 유자와 비슷하이 / 吟詠似吾儒

마음에 둘이 없이 성상을 기도했는지라 / 禱聖心無二

덕이 외롭지 않게 군으로 봉해 주셨도다 / 封君德不孤

맑기가 물과 같은 향기로운 술이라면 / 香醪淸似水

우유보다 부드러운 꿀을 탄 죽이로세 / 蜜粥軟於酥

우리들이 어떻게 적막하다 말하리요 / 我輩豈牢落

봄바람이 좌우에 불어와 주시는걸 / 春風吹座隅

 

주석 : 나잔자(懶殘子)는 6世 삼장법사 의선의 제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외 (역)

 

주석 : 이색(李穡, 1328~1396) 호는 목은(牧隱), 자는 영숙(潁叔).

         가정 이곡의 아들이며. 익재 이제현의 제자이고.

         정숙공의 외손자 곡성부원군 염제신의 처조카 사위이다.

          8世 조호의 스승이며, 조선의 유학자들의 스승이다.

 

출처 : 평양조씨대동보, 이색 목은집, 한국고전번역원, 고려사, 한민족대백과사전.

 

작성 : 26세손 첨추공파 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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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6世 삼장법사(三藏法師) 의선(義旋) 묘련사중흥비(妙蓮寺重興碑) 최고관리자 2025.02.10 1421
19 6世 조위묘지명(趙瑋墓誌銘) 최고관리자 2025.02.03 964
18 6世 조연수묘지명(趙延壽墓誌銘) 최고관리자 2025.01.27 685
17 7世 찬성사(贊成事) 조일신(趙日新) 최고관리자 2025.01.20 688
16 7世 평양군(平壤君) 조충신(趙忠臣) 최고관리자 2025.01.13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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